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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 | Epi. 02 나홀로 경주, 기림사 템플스테이 Day 2 / 용연폭포와 왕의 길

clarity 2021. 4. 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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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 02, 나홀로 경주, 기림사 템플스테이 Day 2 / 용연폭포와 왕의 길,

경북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437-17

(지번: 호암리 417)

​/

054-744-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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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고야 말았다. 새벽 4시에,

템플스테이 왔다고 이날 아주 실행력 오졌다.

호다닥 나오긴 했는데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템스 거처에는 아직 가로등이 달리지 않았다.

혼자 새벽예불 드리러 나오기엔 인간적으로 너무 무서운 거 아니냐구여.., iㅡi

이 칠흑같은 어둠, 가는 내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외침,

신성한 경내에서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진짜로 초자연현상을 경험할까 무서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내 긴머리에 놀라서 자지러짐,

그리고 야행성인 멧돼지를 만날까봐 무서웠다.

오리엔테이션 때 템스 처사님께 “멧돼지는 안 나오나요?” 물었다가 처사님께서 실소를 머금으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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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을 맞으며 호다닥 달려온 법당,

목탁소리, 불경읊는 소리를 들으면서 근엄한 불상 앞에 절을 올렸다.

문 옆에 있었는데 바람에 등 흔들리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사르륵 나는데 굉장히 새로운 기분?

항상 학교도, 회사도 십분컷 인생이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고,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뭔가 새벽의 힘을 맛본 것 같다.

경건했던 새벽예불,

욕심을 더 내려놓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게 기도를 드릴 일인가 싶긴하다만..,

그냥 스스로 마음을 먹어〰️

이렇게 잠시나마 경건했던 마음을 다시 넣어두고 숙소로 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10시에 일어났다.ㅋ

둘째날은 이미 용연폭포를 들러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왕의 길을 찾아 떠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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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연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명부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이 템플스테이 거처 옆길을 지나야 한다.

낫놓고 기역자도 몰라서 한 10분 이상을 헤맸다.

길을 주욱 따라 가니 이런 이정표? 안내가 붙어있다.

 

여기까지도 기림사 경내지에 속한다 하니, 산사의 규모가 도대체 얼마나 큰 건지,

 

 

통신망도 잡히지 않고 아 이러다 조난?을 당할 수 있는건가, 산적?을 만날 수 있는건가 걱정되기 시작,

내가 이렇게 걱정이 많은 사람인 줄 기림사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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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 뒤로 어떤 노부부께서 용연폭포로 향하고 계신 것 같아 아닌 척 하며 그분들께 편승,

드디어 호국행차길이 보이니 제대로 왔구나,

King SINMOON..,ㅋ

이 왕의길은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장례 행렬이 이어지던 길이자,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아버지의 수중릉으로 행차하던 길이다.

 

 

설화에 따르면 대나무로 만든 피리인 만파식적을 불면 적의 군사는 물러가고, 병은 낫고, 물결은 평온해졌다고, 대단한 피리일세..,

신문왕은 이 길을 따라 죽어서 용?이된 아버지 문무왕의 수중릉이 있는 동해바다로 가서 이 만파식적을 얻었다.

삼국통일 직후였던 신문왕 시기는 귀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고 외부와의 전쟁 위험도 있어 나라를 다스리기에 어려운 시기였다는데, 그래서 만파식적 설화에는 나라의 안정을 꾀하려 했던 호국 사상과 모든 정치적 불안이 진정되고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그러니까 이 길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의 묘를 찾아 행차했던 길이자 나라를 구원할 힘을 얻은 길이다.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뉴스페이퍼 왕,

덕분에 뭇후손들은 이렇게 왕의 길을 뒤따라 걸으며 역사공부도 하고 자연도 음미하고 하지 않겠습니까,

신문왕이 만파식적과 함께 얻은 옥허리띠의 한 조각을 물에 넣자 용이 돼 승천하며 만들어졌다는 용연폭포,

갑자기 궁금해졌다. 예전 통일신라인들은 이 설화를 진실로 믿었을까..,

1500년 전의 나같은 평범한 속인은 믿었을 것 같아..,

물줄기를 보라, 용이 승천하였을법 하다.

혼자서 이 자연의 장엄함을 마주하고 있자니 약간 쭈그리가 되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다.

아무쪼록 웅장한 용연폭포의 위용을 뒤로하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경내로 돌아와 차실에서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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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실의 이름이 굉장히 예쁘다. 기다림,

기림사의 기림과 그 사이에 차를 뜻하는 '다(茶)'가 들어있다. 사찰에서 직접 재배하는 찻잎으로 우리는 차만 판매한다고,

차실의 벽화가 귀엽다.

이 백구는 사찰에서 키우는 보살 강아지였을까 궁금,

 

 

찻집 주인은 계시지 않았고, 조용하니 만트라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기다림...,

홀로 주인도 없는 차실을 둘러보고 있자니 머쓱타드 되면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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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에서 읽을려고 가져온 법륜 스님의 책을 꺼내서 읽었다. 잠언집에서 참 와닿는 말씀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허위의식의 감옥에서 걸어나와라."

"인생이 굉장한 것이라고 여기는 허위의식과 자만심이 자신을 괴롭게 합니다. 존재라는 게 본래 특별한 의미가 없어요."

그렇습니다. 스님, 우리는 모두 풀 같고 개미 같은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라고 가르쳐 주신다. OTL

그걸 알면 나는 자연인이다 찍고 있었을지도..ㅋㅎ

그래도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허위의식 때문에 현재를 놓치면서 살아왔던 건 아닐까 반성하는 계기는 됐다.

뭔가 항상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행복할 수가 없었던 현재,

스님께서는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때 그 하루하루가 쌓여 행복한 미래가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진부하면서도 맞는 말인데 참 쉽지가 않군, 그걸 알면 나는 자연인이다 찍고 있었을지도222..ㅋㅎ

그 사이 이렇게 운치있게 비가 쏟아졌다.

아무도 없는 차실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만트라 음악을 틀어놓고 법륜 스님 잠언집 읽기,

힐링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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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긴 기다림 끝에 템스 관리 처사님께서 오늘 너무 바빠서 차실을 운영할 수가 없으셨던 것을 알게된 후

비도 그치고 공양을 하러 나왔다.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참석하자고 마음먹은 나와의 약속도 착실하니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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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산 스웩 가득한 염주도 한컷,

기림사 조경은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예쁘다.

 

마지막 밤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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